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에 주문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14일 TSMC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월 2000억 5100만 대만달러(약 8조3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는데요. 전월 대비 3.9%, 전년 동월 대비 16.2% 증가한 수치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TV·PC 등 전방 산업 수요가 위축되면서 TSMC의 1월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해왔는데,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챗GPT 등 AI 도입이 확산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고성능컴퓨터(HPC) 칩의 위탁 생산 요청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엔비디아는 TSMC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납품될 신형 'H100' GPU를 1만 개 이상 생산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들의 HPC 프로세서의 주문이 늘면서 TSMC의 1월 실적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픈AI는 연산 수요 급증으로 엔비디아 H100 프로세서를 1만 개 이상 주문했는데, 이 프로세서는 TSMC에서 전량 제조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TSMC는 지난해 말 애리조나 공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의 3배인 400억 달러(약 50조9천억원)로 늘렸습니다. 이 공장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투자로, 2026년부터 첨단 3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공정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AI 챗봇 챗GPT의 등장과 함께 가속화되고 있는 AI 반도체 산업에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사 중 처음으로 AI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계열사인 '사피온'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피온은 올해 기존의 X220보다 추론 성능이 4배 이상 향상된 서버용 반도체 'X330'을 출시할 예정인데요. X330은 챗GPT와 같은 자연어 처리 모델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사피온은 SK하이닉스와 협력해 AI 추론 및 학습 성능이 더 강화된 'X430'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사피온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도 적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라며 "챗GPT 등으로 본격 시작된 향후 초거대 AI 시대에는 연산을 더 빠르게 처리하는 AI 반도체가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KT는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 전문) 스타트업에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는데요. KT로부터 3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리벨리온'은 지난 13일 데이터센터향 시스템온칩(SoC) '아톰(ATOM)'을 출시했습니다.
아톰은 챗GPT의 원천 기술과 같은 '트랜스포머' 계열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T는 아톰을 자사의 초거대 AI 서비스 '믿음'에 탑재하고, 아톰을 기반으로 AI 인프라·서비스 등 AI 관련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방침입니다.
한편, 정부도 지난 2020년 향후 10년 내 AI 반도체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국내 AI 반도체 고도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관련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 등에 2030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입니다.